UX, UI, 그리고 GUI

아이폰의 등장

2007년, 아이폰이 등장했습니다. 전화기를 반으로 접고 (폴더형), 키패드에 붙어있던 화면을 밀어 올리는(슬라이드형) 등의 시도도 훌륭했지만, 그런 것들과는 차원이 다른 혁신이었습니다. 개인이 원하는 정보를 얻는데 휴대폰이 중요한 역할을 하게 될 거라는 스티브 잡스의 확신 덕분이었습니다.

아이폰 등장과 함께 ‘모바일 앱’이 무서운 속도로 쏟아져 나왔습니다. 한 손에 잡히는 예쁜 컴퓨터가 실용성까지 갖추게 되면서 모바일 시장은 거대한 변화를 맞이합니다. UI(User Interface)라는 용어가 널리 통용되기 시작한 것도 그 무렵일 겁니다.

UI와 붙어 다니는 아이가 UX입니다. 반대로 UX에 붙어 다니는 아이가 UI이기도 합니다. 엄연히 다른 개념인데 같이 붙어 다닌다는 이유만으로 퉁쳐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요즘은 점점 개념이 서는 추세지만, 구인구직 사이트에 가보면 여전히 ‘UX/UI 디자이너’ 채용공고를 쉽게 볼 수 있습니다.

 

UX, UI, 그리고 GUI

UX(User Experience)는 ‘사용자 경험’을 뜻합니다. 그래서 UX를 디자인한다는 건 스크린을 디자인하는 게 아니라 사용자가 서비스를 사용하는 전체 시간을 설계하는 것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좋은 UX 디자인은 사용자의 만족도와 직결되어 있습니다.

‘저희 호텔에 투숙하는 것만으로 당신은 특별한 사람이 됩니다. 몸만 오세요. 필요한 모든 건 저희가 최고급으로 준비해드립니다.’ 비싼 호텔에서 판매하는 게 바로 이 ‘경험’입니다.

 

반면 UI(User Interface)는 기계와 사람 사이의 작용을 뜻합니다. 건물 화장실에 들어가면 센서가 자동으로 불을 켜주고, 시리에게 친구 이름을 말하면 대신 전화를 걸어주고, 지문을 대면 잠금 화면이 풀리는 등의 것들이 여기에 해당합니다. 좋은 UX를 위해 UI를 쓸 수도 있고 안 쓸 수도 있습니다만, UI를 적절하게 넣을 수 있다면 사용자 경험을 더 특별하게 만들 수 있겠죠?

일반적으로 UI라고 불리는 건 사실 정확히 말하면 GUI(Graphic User Interface)입니다. GUI는 UI의 한 종류로 사용자가 전자기기를 작동하기 위한 화면을 말하며, 일상생활에서 접하는 터치스크린들이 여기에 해당합니다. GUI 디자이너들은 아이콘, 컬러, 레이아웃 등 시각적 요소를 활용해 서비스의 UI를 보기 좋게 만드는 일을 합니다.

 

JUX에서 디자인한 ‘KTH 스마트 리모컨’ 사례를 통해 그 차이를 한 번 더 짚어보겠습니다.

KTH 스마트 리모컨은 언제 어디서나 자유자재로 TV 화면을 조정하게 해주는 리모컨 앱이었습니다. 여기서 UX는 ‘사용자가 TV를 보는 과정’입니다. 처음에는 다이얼을 돌려야 했던 TV에 전원 버튼이 생겼고, 소파에서도 채널을 돌릴 수 있는 리모컨이 생겼고, 우리는 공간 제약을 없애기 위해 리모컨을 휴대폰 안에 넣었습니다. 이 사례에서는 UI가 차지하는 비중이 큽니다. TV를 켜고 끄는 행위 자체가 기계와 사람 사이의 작용이니까요.

사용자가 모바일을 통해 직접 보게 되는 화면이 GUI입니다. 리모컨을 중앙에 오게 하고, 우측에는 채널 정보를 띄워주고, 전원 버튼은 빨간색으로 하는 등 사용자가 UI를 최대한 쉽게 활용할 수 있게 하는 데 초점을 맞췄습니다. 만일 모든 버튼이 냇가에 가라앉은 돌멩이들 마냥 체계도 없이 하단에 엉켜 있다면, 회색 전원 버튼이 중앙이 아니라 한 귀퉁이에 잘 보이지도 않게 숨어있다면 어떨까요? 아마도 별로 쓰고 싶지 않을테고, 다수는 환불을 요청할지도 모릅니다.


The Best Interface is No interface

필자가 좋아하는 책 중에 <The Best Interface is No interface>라는 책이 있습니다. 가장 좋은 인터페이스는 인터페이스가 없는 것이라고 역설하는 책입니다. 현재 구글 UX 디자이너이기도 한 저자 Golden Krishna는 책을 시작하며 자동차 열쇠를 사례로 듭니다.

앱으로 자동차 문을 열려면 휴대폰을 활성화하고, 열려있는 다른 앱을 닫고, 자동차 앱을 열고, 문열기 버튼을 찾는 등 여러 단계를 거쳐야 합니다. 하지만 차내 센서가 자동차 키를 감지하고 일정 반경 내에서 자동으로 문을 열어준다면, 이 UX에서는 GUI가 필요하지 않겠죠.

화면이 많다고 좋은 UX가 아닙니다. GUI는 성공적인 UI를 위해 존재하고, UI는 성공적인 UX를 위해 존재합니다. UX, UI, GUI의 차이, 조금은 이해가 되셨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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